칠레인들은 하루에 4번의 식사시간이 있다. 칠레 뿐 아니라 남미 사람들이 비슷한 식문화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인으로 칠레에 도착해서 그들과 동일한 식문화를 즐긴다면 1주일도 되지 않아 소화불량 위산역류를 경험할 수 밖에 없다. 식사량이 많지는 않아도 쉴 새 없이 먹어대는 통에 위장에 과부하가 걸리고 만다.
칠레인들의 식사 – 아침은 간단하게 데사유노
칠레인들은 아침식사를 Desayuno 데사유노라 부른다. 아주 간단하게 빵이나 토스트 그리고 햄과 치즈 차와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브렉퍼스트와 동일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생활수준에 따라서 따뜻한 계란요리를 내거나 샐러드 등을 곁들이는 가족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 아주 간단하게 차와 빵으로 마무리를 한다.
칠레인들의 식사 – 점심은 든든하고 여유있게 알무에르쏘
칠레인들은 점심식사를 Almuerzo 알무에르쏘 라고 부른다. 점심시간은 12시 – 2시 혹은 1시 – 3시 정도로 아주 느긋하고 여유있게 즐긴다. 스페인에서는 점심식사후 시에스타라고 낮잠을 자는 문화도 있지만 현재 칠레에서는 씨에스타를 즐기지는 않는다. 다만 이 시간대가 브레이크타임으로 식당들이 문을 대부분 닫는건 비슷하다. 칠레에서의 점심은 다양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데 까르네와 샐러드 감자튀김을 곁들이는 메뉴가 가장 자연스럽고 감자튀김 대신 밥을 선택할 수 도 있다. 일반 가정집에서는 국민음식 뽀요 꼰 아로스 Pollo con Arroz 를 가장 많이 먹는다. 우리로 치면 밥에 된장국, 밥에 김치찌개 먹는 식으로 가장 많이 먹고 가장 쉽고 간편하게 또 저렴하게 준비할 수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대표 음식이다. 닭은 닭다리나 날개쪽 부위로 오븐에 익힌 것으로 한국인 입맛에는 가장 맛있다고 느껴진다. 점심식사는 대부분 식당을 방문하는데 우리나라의 점심시간 1시간 거의 정해진 것과 달리 이곳 칠레는 조금 더 여유있게 2시간 정도로 넉넉하다. 식당 주문이 우리처럼 빠릿빠릿 하지 않은 것도 다 감안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딱 정해진 시간만 식사를 하고 일터로 복귀를 해야 하는 직종도 있고 간단하게 도시락을 싸서 먹는 사람도 있고 천차만별이긴 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레스토랑을 방문해 식사를 하게되고 더치페이는 아주 철저하다. 내가 먹은 것 너가 먹은 것 정확하게 구분해서 계산을 하는데 내가 먹은게 15,800페소라면 정확히 15,800페소만 내지 더 내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같으면 그냥 16,000페소를 내겠지만 칠레인들 중 일부 아주 약은 혹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은 15,000페소만 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다고 다들 기분좋게 넘기는건 아니고 마음속에 꾹꾹 담아두면서 뒷담화도 하고 그런다. 그런데 한가지 차이는 우리처럼 앞으로는 웃고 속으로 욕하는 그런건 거의 없고 누가 싫고 만나기 싫으면 딱 잘라 거절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지금 여기 얘네 둘의 관계가 어색한걸 아는데 억지로 만나고 하는 일은 많지 않다.
칠레인들의 식사 – 애매한 시간 차와 빵을 즐기는 ONCE 온세
칠레인들의 독특한 식문화가 바로 점심 식사 후 저녁 사이에 있는 온세다. 이 온세때는 빵이나 차를 마시는게 전부인데 이 시간이 아주 애매하다. 오후 4시나 5시 사이정도로 점심을 꽤 많이 먹고 나서도 이 빵과 차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 보는거 만으로도 배가 불러올 지경이다. 칠레는 빵이 주식으로 우리가 먹는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에서 파는 설탕이 듬뿍 들어간 달달한 빵과는 맛이 다르다. 설탕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빵을 먹어서인지 아무리 매일 먹어도 물리지는 않는다. 동네 작은 구멍가게에도 대형마트에도 Pan 빤은 항상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다양한 빵이 있는데 우리가 먹는 빵처럼 달달한 종류는 디저트로 분류되고 그렇지 않은 마라께따 같이 담백한 빵을 주식으로 먹는다. 그리고 꽤 많은 집에서 직접 빵을 만들어 먹는데 집안에 오븐은 잘살거나 못 살거나 기본으로 갖추어져 있다. 남부지방으로 가면 과거에서 볼법한 화목난로와 화목오븐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캠핑과 낭만의 상징인 화목난로가 칠레에서는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난로이자 음식화구로 사용되고 있다.
칠레인들의 식사 – 저녁이 밤 8시? 쎼나 Cena
칠레에서 가장 놀란게 바로 이 저녁식사. 쎄나. Cena다. 하지만 이걸 이 시간대로 곧이곧대로 먹는집은 거의 없고 대부분 온세만 먹고 그치고 정 배가고프면 알아서 뭔가를 좀 더 찾아먹지 온세라고 해서 식탁에 다 둘러앉아 먹고 그러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제 이 정도 시간대가 저녁식사시간으로 불리는 용어이고 외식을 하게 되면 레스토랑에서 먹거나, 배달음식을 시켜서 먹는다. 칠레인들은 365일을 파티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누군가를 초대하거나, 누군가의 초대를 받고 집을 방문하게 된다. 이 때 배달음식을 시켜먹거나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면서 배를 채우는데 외식물가가 비싸고 소득수준이 그걸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집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칠레인들은 저녁식사를 하지 않고 간단하게 온세로 떼우는 경우가 많지만 그들의 비만함은 상당한 수준이다. 콜라 외 베비다를 물처럼 마시고, 빵 탄수화물 소비가 상당히 높고 고기를 자주 먹어서 그런 듯 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여성들이나 남성들이나 신체적으로도 근육량이 많은 듯 하기도 하다. 키는 유럽인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비만함은 그 못지 않은게 참으로 독특한 모습이다.
한두번 먹는 소고기는 맛있지만 칠레에 오래 살면 살수록 남미에 오래있을 수록 한국인들은 아사도를 그렇게 찾지 않는다. 이유는 칠레인들은 담백한 고기를 즐기고 기름기를 의도적으로 먹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기름기가 있는 고기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것과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게다가 우리는 얇게 썰어서 숯불에 바로 구워먹는 구이문화이지만 여기는 두툼하게 썰거나 아사도로 숯이나 장작에 2-3시간씩 구워내는 아사도를 주로 먹기에 그렇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삼겹살을 먹어도 각종 소스류와 장류, 거기에 곁들이는 야채 쌈등이 어우러지는 하모니가 별미인데 여기는 그런 문화가 없다. 샐러드도 평소에 먹던 그 샐러드라 한국식 고기구이의 감칠맛을 기대할 수 없다.